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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日常)

핸드 드립 단상

by 민뿡 2019. 3. 1.


m4, 50mm f/2.0 sonnar, 400tx






3년만에 다시 핸드 드립을 시작했다. 



커피콩을 분쇄기에 넣고 손잡이를 돌려 콩을 간다.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냄새가 이내 집안에 퍼진다. 


끓인 물을 주전자에 붓고 거름종이 안에 폭신하게 깔려있는

커피위에 조심스레 물을 붓는다. 


그러기를 수차례...  

거름종이를 통과한 물은 커피의 향과 맛을 머금은

갈색 액체로 바뀌어 있다. 


드립커피는 에스프레소는 다르다. 

에스프레소는 곱게 갈은 커피를 기계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진하고 쓴, 향내가 진한 커피가 만들어 진다. 

반면,  드립커피는 콩을 계량해서 분쇄기에 넣고 간다. 

조심스레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린다. 


이것은 마치 필름사진과도 같다. 

버튼을 누르면 완성되는 디지탈과는 다르게

아날로그 사진은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다. 정형화되지 않고 때로는 통제범위를 벗어난다.

하지만 그런 것들 모두가 즐겁다. 

핸드 드립과 필름 사진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드립을 처음 시작할때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귀찮았다. 

커피 한잔을 마시는데 들이는 품이 만만치 않아서 

드립보다는 에스프레소를 즐겼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커피를 내리는 행동이 즐겁다.

콩을 가는 것도, 물붓기의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의 맛 또한 신기하다.



조급하지 않게 핸드드립을 즐겨야겠다. 

필름을 사용해 사진을 찍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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