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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

필름과 가족사진

by 민뿡 2017. 10. 31.









사진을 찍은지 어느새 십여년이 지났다. 

무슨 거창한 의식이나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때로는 스냅에 빠져, 다큐에 빠져 유명한 작가들의 사진을 흉내내기도 했다. 

사실은 그저 셔터를 누르는 행위 자체가 좋았다. 









결혼을 하고 얼마 후 첫째 '윤서'가 태어났다. 

그날 이후 내 사진의 가장 큰 주제는 가족으로 자연스레 바뀌었다. 


'윤서의 성장과정을 사진으로 남기자!'

수년간의 사진생활 중 이보다 더 가슴뛰는 동기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사진집이 있었다. 

전몽각 교수의 '윤미네 집'

아빠의 시선으로 딸의 성장을 기록하고 

가족의 소중한 순간을 담은 가족 다큐멘터리다. 

윤서가 태어나기전 봤더라면 별 감정이 들지 않았을 터인데

아빠가 되고나니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 후, 나의 블로그에도 '윤서네이야기'란 카테고리가 추가되었다. 









윤서의 돌이 지나고 얼마 후 둘째 태경이가 태어났다. 

윤서 혼자일때와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맞벌이와 연년생의 육아에 지쳐버린 나는 

가족의 기록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떠올릴 겨를조차 없었다. 


카메라를 드는 일이 점차 줄었고 현상, 스캔을 하는 시간은 나에게 사치였다. 

사용빈도가 떨어져가던 필름 카메라를 결국에는 팔아버렸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디지털 카메라를 들였으나 편하다고 해서

사진을 자주 찍지 않게 된다는 것을 얼마안가 알게되었다. 

오히려 손에 익지 않은 카메라를 탓하며 몇번의 바꿈질을 했고

나중에는 아이폰이 그 역할마저 차지했다. 

그렇게 5~6년을 보내고 나니 남은 것은 이미지 파일 뿐이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서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필름을 놓았던 시기에 남긴 디지털 이미지들은 

여기저기 흩어진 폴더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필름을 시작하자. 

음영이 반전되어 상이 맺혀 있는 필름.

암실에서 뽑아낸 밀착과 인화물.

훗날 아이들에게 그것을 남겨주고 싶었다. 


















2015년, 예전보다 필름 인프라가 더욱 열악했지만

결국 나는 다시 필름 카메라를 구입했다.

필름을 그만두던 그 때, 마지막까지 사용하던 Leica M7로 돌아온 것이다. 

내 손에 가장 익숙한 카메라를 들고 나는 다시 우리 가족사진을 찍는다. 


















이 글을 쓰면서 사진들을 살펴보니 태경이가 태어나고 

몇년간의 사진이 참 적다는 걸 알았다. 

연년생 육아에 지쳤던 그 당시 나의 여유가 부족했던 탓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셔터한번 누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다고 소흘히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한번 다짐을 해본다. 

'가족의 일상을 필름으로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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